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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write Seungwon Yang 10.13 – 11.12.2022

        

양승원은 직접 촬영하거나 만들어 낸 디지털 이미지로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혼란스러운 인식의 과정을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광활한 대지를 촬영한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물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사진의 본질 자체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익숙한 현실의 풍경을 낯설게 보이도록 촬영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전 작업에서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즐비한 평범한 풍경에 적외선을 비춰, 인공물과 자연물에 따라 다르게 투과되는 빛의 차이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낯선 풍경을 포착(Real and Figure, 2009-2010)하거나, SNS에 자주 보이는 풍경의 구조를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일상으로 옮겨온 사진 연작 시리즈(Hashtag, 2017) 등을 선보이며 치밀한 이미지 조작을 시도해왔다.

SeMA 창고에서 진행된 개인전 Glimpse (2021)에 전시한 작품은 마치 우주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을 포착한 것 같지만, 이 역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특수한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처럼 양승원은 줄곧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거나, 일상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을 극적으로연출하고 이를 그만의 촬영 방식으로 포착해냈다. 때로는 직접 허구의 공간을 구성하며 그가 촬영할 이미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Overwrite 에서 선보이는 신작 역시 이전 작업의 맥락과 맞닿아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우주의 표면, 빙하, 드넓은 갯벌, 돌산 등 사람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들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가 촬영한 사진 속 풍경을 직접 대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 드넓은 경치가 담긴 이미지들을 종종 접해왔기 때문에 그의 사진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스펙터클한 배경을 필요로 하는 대중매체의 장면들은 주로 재빠르게 움직이거나, 여러 요소로 가득 차 있어 자연의 모습 자체를 오롯이 감상할 수 없도록 방해하지만, 양승원은 정지된 이미지로 그 자체의 세밀한 면면을 포착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사진을 사람의 눈높이가 아닌 조감하듯 촬영했는데, 이는 그 풍경을 관찰자적 시점에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일부 작업의 경우 사진의 일반적인 포맷인 3:2보다 가로가 훨씬 긴 16:9 비율을 사용해 자연의 광활함을 극대화해 표현했다. 이처럼 그가 담아낸 장면들은 고요하지만 단단하다. 지금부터는 그가 포착한 매끈한 장면들을 충분히 음미해보자.

양승원의 사진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나?
당신이 본 것은 사진이었을까?

그 이미지 속에는 사진이 있지만, 이미지 속의 형태는 사진이 아니다. 전시장 초입에 비치된 글에서는 양승원을 사진작가로 소개했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사진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서문을 덮어쓰고, 작품을 보며 떠올랐던 것들을 되짚어보자.

전시의 제목인 “덮어쓰기(Overwrite)”는 기존 정보 위에 중복으로 기록되어 원래의 정보가 손실되어버리는 기록 방식을 뜻한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작품들은 쉽게 갈 수 없지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 친숙해져 버린 우주의 표면 혹은 광활한 자연의 표면을 매끈하게 촬영한 사진인 척한다. 하지만 모든 작업 속 형태는 작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구축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공간이다. 그는 디지털로 구현한 허구의 형태에 흙, 땅, 시멘트 등 다양한 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껍질처럼 덧붙여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작된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그의 작업은 비물질의 형태에 물질의 표면을 감싸 비물질과 물질이 합성된 상태로 존재한다.

즉, 당신이 오늘 본 것은 사진을 덮어쓴 이미지다. 양승원은 이번 작업을 통해 물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고 알려진 사진의 본질과 이를 의심 없이 수용하는 관찰자의 너그러운 태도에 의문을 품고 둘 사이의 교란을 시도한다. 분명 그의 작품 속 이미지는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익숙한 풍경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사실을 기록한 사진이 아님을 나타내는 무수한 단서가 잠재되어 있다. 날카로운 직선, 복사-붙여넣기 한 듯 반복되는 빛과 형태의 질감 등 수많은 조작의 시도들이 이 이미지를 의심하게 한다.

전시를 보는 동안 이 장면들이 조작된 것은 아닌지 한 번이라도 의심했는지 묻고 싶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속 이미지는 매끈하고 초현실적이다. 그의 이미지들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이는 이유는 연출과 촬영 기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람객의 선행된 경험에 기반한 섣부른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직접 촬영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라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이 이미지를 ‘사진’으로 받아들였다면, 조작된 이미지가 넘쳐나는 이 시대의 이미지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태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당신은 이 전시에 무심했거나, 화려한 이미지들에 잠식되는 중일지도 모른다.

글 : 맹나현

Overwrite Seungwon Yang 10.13 – 11.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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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n Yang, Installation vie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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