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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day Jiyoon Chung 2.19 – 3.13.2022

        

과음으로 다음 날 괴로울 때마다 숙취해소제를 검색해보지만 딱히 수확은 없다. 어느 나라는 피자를 먹는다. 어느 나라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한다. 오전까지 술을 마시고 몇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야 했을 때, 이대로는 탑승 거부를 당할 것 같아
체크인 전에 공항에서 약국을 찾았다.

  "숙취 때문에요. 속이 메슥거려요."
  약사는 싱긋 웃어 보이더니 "선생님, 얼마나 드신 거예요.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물었다.
  "죽겠어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오천 원, 만 원, 삼만 원."
  "셋의 차이가 뭐죠?"
  "삼만 원짜리는 저녁에 바로 술을 드실 수 있습니다."
  "만 원짜리로 주세요."

약사는 묘약을 건네듯 "두 시간 후면 괜찮아지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봉투를 받아보니 위장약과 당귀추출액 같은 것이었다. 결국 만 원짜리 숙취해소제는 약사 임의의 배합이었다. 여전히 삼만 원짜리 숙취해소제의 조합은 수수께끼다. 인천공항의 그 약사에게서만 받아볼 수 있는.
  숙취해소를 검색하다 흘러 흘러 해장술까지 찾아보게 된다. 해장술로 해장한다는 아이디어는 술꾼들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지만, 어떤 술꾼 과학자가 억울했던지 해장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했다. 복잡한 화학식 끝에는 술로 술을 잊는다는 이야기다.
  해장술을 영어로는 ‘A hair of the dog that bit you’. ‘개의 털’, ‘당신을 문 개의 털’이다.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상처 부위에 그 개의 털을 문지르면 낫는다는 영국의 민간요법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이열치열 정도일 것이다.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장술을 이 구조에 대입해보자면 문제와 해결의 인과관계는 결합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농담이 되어버린다. 해장술은 약일까, 독일까. 내가 해장술을 먹고 술에서 깨어난다면 그것은 약의 기적일지, 독의 기적일지?

  결국 이 역설의 기적은 이렇게 일어난다:
  과음→만취→숙취→해장술→과음→만취→숙취→해장술→과음→만취→숙취→해장술

—작가 노트 중에서



간이 선반 위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술, 통제된 출입로, 갖가지 시선이 얽힌 셀피, 컬러 암실에서 과장된 색감을 입은 직불카드, 술잔의 기능을 잃고 장력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데킬라 잔.
  갤러리 N/A는 2월 19일부터 3월 13일까지 오픈콜 당선작으로 선정된 정지윤의 첫 개인전 «Payday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지윤은 관념으로 자리한 모순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환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Payday(페이데이)는 급여일을 뜻하는 보통명사이자 힙합 문법에서 래퍼가 받는 상당한 액수의 랩 머니(를 받는 날)를 의미한다. 성공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구축된 힙합 어법, 특히 “너의 연봉을 한 달에 버는”(Don, feat.The Quiett, Dok2, Nochang) 래퍼의 스웨깅 언어로서의 페이데이와 그와 달리 우리 생활 속 ‘웃프게' 정착한 페이데이의 간극에서 작가는 그럴싸해 보이는 세계에 농담을 던지며 간극 이면의 감각을 탐구하고자 한다.
  2층 문에 설치된 간이 선반 위 술이 담긴 데킬라 잔은 음용 가능한 것으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동시에 그들이 문을 지날 수 없도록 출입로를 통제한다. 관객은 권주에 응할 수도, 거절할 수도 있으나 3층의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커다란 창문 아래 설치된 무대에 올라서야만 한다. 무대는 하나의 시퀀스로 믹싱한 여러 프로듀서의 타입 비트—프로듀서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한 래퍼가 쓸 법한 비트를 만들어 배포한 것—를 흘려보내고 무대를 통과한 관객은 반대편의 백스테이지로 진입한다.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거울 셀피(Mirror Selfie)는 카메라 렌즈와 함께 피사체가 되기를 자처한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사용자를 연상케 하는 타입 비트는 창작자 대신 래퍼의 이름으로 불리는데(e.g. Kendrick Lamar Type Beats), 이는 거울 셀피와 마찬가지로 다층적인 시선의 교차점에서 나의 모습을 지움으로써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3층에 위치한 <1542>, <5920>, <2494>, <8745>는 작가가 잃어버리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했을 때 어디선가 발견되는 직불카드를 모아 포토그램 기법으로 제작한 사진 연작이다. 하나의 이름 앞에 중복으로 발급된 카드는 컬러 암실에서 과장된 색감을 입고 신비로운 인상을 풍긴다. 포토그램 작업과 벽을 경계로 나뉜 공간에는 술이 담긴 데킬라 잔이 거꾸로 놓여 있다. ‘해장술'의 역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은 1층의 데킬라 선반을 재차 불러내어 만취, 해장술 그리고 다시 만취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려운 굴레를 반복한다. 술잔의 기능을 잃고 장력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데킬라 잔은 내용물을 뱉어낼 미래를 모르는 듯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사라진 카드는 항상 수수께끼처럼 상황이 종료됐을 때 모습을 나타낸다.
  입구에 선 술잔은 기울어진 몸으로 음주를 권하고 에폭시를 발라 반짝이는 는 매끄러운 외양으로 관객을 유혹하는데, 마침내 풍요를 입에 머금기로 결심한 관객이 무대를 넘어 마주하는 것은 수수께끼처럼 사라졌다 나타나길 되풀이하는 직불카드와 아슬아슬한 성질을 숨긴 채 모여 있는 술잔들이다.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소멸하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신기루처럼 어느새 음악은 소거되고 마실 수 없는 술잔들만이 진열되어 있다. 원한다면 단 하나의 출입로를 오가며 무대 위에 올라 몇 번이고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실 수도 있겠지만.
  그간 정지윤은 시간이라는 개념 속 모호해지는 대상을 탐구해왔다. 아이들이 실종된 장소는 일상성의 외피를 쓴 채 평범해지고(<매일 저녁>, 2016),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대여와 반납이라는 공공의 약속 아래 프랑크푸르트의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추며(<대여받은 탑―쥐를 기억하는 방법>, 2019), 매년 거듭되는 첫눈의 환상은 그것을 인지하는 주체의 개별적인 기준에 따라 점점 흐릿해진다(<눈>, 2019). «Payday»는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려는 행위에 가깝다. 여전히 작가는 그것이 무엇이라 단언하지 않지만, 관객의 선택을 통해 전시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멀티 엔딩 시스템은 속력을 조절할 기회를 제시하고, 환영과 매혹이 엉켜 있는 신기루와 같은 《Payday》는 우리에게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농담을 건네는 듯하다.

2012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사 과정을 마치고 2018년부터 독일 슈테델슐레(Städelschule) 조소과에 재학 중인 정지윤은 <매일 저녁>(2016)과 <너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하여>(2019)를 시작으로 사건의 출발 또는 발화자의 행방이 가려진 막연함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다. «Payday»는 그의 첫 개인전으로, 주요 단체전으로는 «여행하는 눈»신촌문화발전소, «Frankfurter Kunst Vertrieb» Frankfurter Kunstverein, «Lash 23» Nassauischer Kunstverein Wiesbaden, «플래시포워드 플래시백» 시대여관 등이 있다.

음악 참여: CIFIKA
설치 감독 및 디자인 참여: 송한빈

Payday Jiyoon Chung 2.19 – 3.1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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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day, Installation vie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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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 C-type hand print, 48.7 × 57.2 cm, Edition of 3 + 1 AP, 2022

1542, C-type hand print, 10.4 × 7.9 cm, Edition of 3 + 1 AP, 2022

2494, C-type hand print, 48.7 × 57.2 cm, Edition of 3 + 1 AP, 2022

5920, C-type hand print, 48.7 × 57.2 cm, Edition of 3 + 1 AP, 2022

8745, C-type hand print, 48.7 × 57.2 cm, Edition of 3 + 1 AP,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개털>,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Variable size, 2022

<기분과 태도>,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wood, paint, Variable size, 2022

<기분과 태도>,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wood, paint, Variable size, 2022

<기분과 태도>, Various tequila liquor, glass, wood, paint, Variable size, 2022

Selfie, Digital pigment print, 100 × 80 cm, Edition of 3 + 1 AP, 2022

Stage, Wood, paint, epoxy, 420 × 290 × 60 cm, 2022

Stage, Wood, paint, epoxy, 420 × 290 × 60 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