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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E MONUMENT Kyoungtae Kim, Isaac Moon 11.30 – 12.26.2021

        

프라임 모뉴먼트
거대한 일상과 사물을 기념하는 몸짓

  “나는 세웠노라(EXEGI)…”
옛날 옛적. 기원전 1세기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첫 두 단어를 외친다. 그가 요란하게 외쳤을지 차분하고 강단 있게 읊었을지는 상상이 가지 않으나, “나는 세웠노라(Exegi monumentum)”의 첫 마디는 ‘기념비’라는 태도로서 그 이후에 여러 문학가들에게 중요한 소재로 차용되었다. 문학에서는 기념비가 작가의 사명감과 자기 평가로 이어졌다면, 조각 등의 매체에서 구현되었던 기념비의 한 갈래는 대상의 내적인 혹은 외적인 측면에서 사회 문화적 맥락의 변화와 함께 근대가 초래한 표상의 위기로 결부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기념비성(monumentality)”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사적 재현과 상징을 고집하는 스펙타클과 그것을 거부하기 위한 새로운 기념비의 탐색 과정에서 처하게 되는 모순과 조악함이다. 예컨대, 기념비는 공동체의 삶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상과 기만으로 작동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과거에 상처와 영광 혹은 유토피아를 향한 믿음 같은 것이었다면, 소박하게나마 한 개인이 선 자리에서 기만하지 않는 자신을 향한 믿음같은 것에 대한 가능성일 수도 있겠다. 이것은 그동안 기념비가 가졌던 고질적인 문제인 소통의 부재와 연결되기도 하는데, 전시 《프라임 모뉴먼트(PRIME MONUMENT)》에서는 매체적 형식을 동원하여 메타적인 기법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기념비성을 재해석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여전히 기념비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개인이 대상을 인식하는 매체의 방식에서 오늘의 언어로 달성하려는 시도는 무엇일지 자문해본다.
  지금, 여기의 기념비는 더이상 과거의 기념비가 아니다. 이는 과거 공동체적 가치를 이상화 하는 역할에 실패하고 일개 사물화의 길을 걷고 있다. 《프라임 모뉴먼트》는 기념비의 사물화에서 ‘사물의 기념비화’의 시점으로 뒤집어 봄으로써, 김경태와 문이삭이 사물을 인식하는 서로 다른 매체적 태도에서 수렴되고 탈락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두 작가의 사물에 대한 기념비는 ‘생각나게 하는 사물’을 의미하기도 하는 ‘모뉴멘텀(monumentum)’에서 비롯되어, 잔잔하게 기억되는 지속성의 본질을 내면화 하여 전달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즉, 기억(memory)의 개념과 분리할 수 없는 기념비(monument)는 기억을 박제하는 행위로 이어지는데, 전시에서는 돈독하게 내면화된 친밀하고 의미 있는 대상을 소환하여 기념비성을 재해석한다. 그리하여, 이미 변해버린 기념비의 본성과 지위의 변화는 대상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혹은 매체의 형식을 빌어 타인의 몸짓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두 작가가 매체적 실천을 기념하는 몸짓은, 기존에 부재하는 것에 주목하지 않고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대상을 바라보며, 현시대와 공유하고 있는 매체에 대한 개인의 가치 및 작업을 지속하면서, 그 이면에 지지체의 역할을 해주었던 대상을 기념한다. 동시에, 본 전시는 두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근본적인 역할과 물질을 매개하는 기념비의 태도를 추적함으로써, 가장 기념비적인 것이 어떤 묵직함으로 다가오거나 지극히 하찮고 가벼운 무엇일 수 있지 않을까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듯, 전시에서 김경태와 문이삭이 사물을 기념하는 태도는, 도구적 차원을 벗어나 그동안 탐구해왔던 특정 형식으로 자신의 동일성을 확인하고 매체의 정당성을 구축한다.

  배제되었던 사물들
‘표면’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했던 김경태의 작업은 대상을 감싸고 있는 겉면을 해체하여 다시 직조하는 조각가로서의 태도와 유사하게 입체적인 직조의 작업 과정을 거친다. 그리하여 극대화된 실재하는 이미지의 표면은 소실점이 없는 평면 투시의 대상을 완성하는 것(포커스 스태킹)과 동시에 표면 자체가 조각적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김경태는 건축과 광물, 책 등의 구조와 크기를 종합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이미지의 물성에 주목해오면서 유동적으로 대상을 바꾸며 특정 부분을 피사체에 담아왔다. \《프라임 모뉴먼트》에서는 최적화된 형태의 기술을 능가하는 시도와 달리, 작가의 신체가 지속적으로 개입되고 대상을 관찰해왔던 도구가 선행됨으로써, 김경태가 작업에 근원으로 기념할 수 있는 오브제는 무엇인지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 (2021) 시리즈는, 다용도로 사용되는 크롬 스틸의 슈퍼 클램프와 조명용 암(arm), 그리고 촬영한 대상들을 고정해왔던 투명 아크릴 조각과 반광의 실리콘 조각의 초상들이다. 독특한 형태의 반짝거리는 이 사물들은 그동안 렌즈에 담겨졌으나 피사체에 가려져 보이지 않거나 촬영 후 최종 결과물에서 배제되고 삭제되는 대상들이었다. 이들은 작가가 생산해낸 다양한 소재의 작업들과 다르게,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해 왔으며 동일하게 사용해왔던 필수적인 사물이라 할 수 있다.
  중력이 배제된 이미지의 물성을 전개도처럼 납작하게 펼쳐놓고 표면을 훑어 나가는 몸짓 뒤에는, 한결같이 주변에 머물고 있는 지지체의 역할을 해온 컴펙트한 기능의 장비들이 곧 김경태의 가장 프라이머리한 기념비로 존재한다. 작가가 사물 이미지를 인식하는 흐름은 사물이 이미지로 출력되고 이미지가 사물로 감각되어, 그 위계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하찮거나 극단적 기념비의 형태로 발현되어 왔다. 나아가, 본 전시에서는 대상과 색을 제작하는 측면에서 극적인 평면성에 도달한 작업이 ‘화면 밖(Off Screen)’이라는 시선의 바깥에 머무는 ‘크로마키(Chroma Key)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촬영 과정에서 피사체의 배경에 머무는 단색 천은 최종 결과물에서 제거하기 수월한 색으로 선택되는데, 크로마키 색이라 하여 주로 형광 녹색과 푸른 계열의 색을 활용한다. 시리즈에서 배경색 또한 작업의 중요한 선택지로 작용하여 크로마키 색으로 덧입히고, 색이 사물에 적극적으로 반사되도록 노출시킨다. 이처럼, 피사체를 기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식들을 화면 안에 촘촘히 담아내는 행위는 기존에 완벽한 대상을 구현하기 위해 제거해 나갔던 것들을 하나씩 끌어와 기념비적으로 재해석한다.

  삶의 터전이 직조된 투박한 기념비
문이삭은 이미지가 사물이 되는 현실에서 오늘날 사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특유의 조각술을 지속한다. 작가가 선택한 기법에 부합하려는 조건들은 원형을 직조하기 위한 물성과 주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의 표면, 덩어리, 무게 등 조각의 조건에 해당되는 중력에 대한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Unititled (Between Father and Child)>(2021), <Untitled (9 months)>(2021) 등 조각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신화적이었던 물질인 원초적인 물성의 흙을 재고한다. 그는 ‘조각하기’의 몸짓에 대한 질문을 이어오면서 자신의 삶과 조각에 대해 스스로가 납득하는 과정을 조각사의 첫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를 발굴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여기서 흙이 환기되는 ‘신체성’은 곧 자신과 가족을 이어주는 세대 간에 연결 고리로 설정되면서, 딸이 뛰어 놀던 뒷산의 흙과 부모님이 텃밭에 소규모 농작물을 재배하던 도심 속 흙을 채집해 조형이 가능한 미디엄(테토)을 혼합하여 도자 조각을 시도한다. 도자 조각에서 관통하는 것 중 하나인 채색이 없는 안료 자체에 대한 실험은 매끈한 완결성을 목표로 하는 도예와 다르게 흙의 불완전한 성질을 그대로 담아, 기념비가 갖고 있는 단단함에 대한 모순을 직시한다. 전시에서는 부모님의 흙으로 수평적인 대지를 나타내는 납작한 도자 부조와 딸의 흙으로 수직적인 석탑 형태를 쌓는 수직, 수평의 구조가 주축을 이루어, 작가 스스로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접착 역할의 매개자로 자처한다.
  흙이 갖고 있는 구전 지식을 다루고 이를 참고하여 자신 만에 기념비성을 구축하는 문이삭은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혈육인 부모와 자녀의 삶의 태도에 대한 몸짓을 재현한다. 조각이라는 것이 시대를 막론하고 근본적으로 기념비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조형한 흙을 가마에 구웠을 때 갈라지고 깨지는 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50도에 굽는 순간 단단한 형질로 변환되어 조각의 기념비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작가가 의도하지 않게 갈라진 틈 사이로 노출된 단면에서 흙을 덧붙이고 다듬는 자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고스란히 박제된 ‘기억’의 기념비로 남는 “메타-소조”에 대한 새로운 언어들이 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번 도자 조각에서 가벼운 애정과 유머로 작동하는 도구인 ‘헤라’는 가장 직접적인 조각이자 도구로 활용되어 가족의 신체와 연결된 결정적인 조각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에 도자를 조형할 때 사용되었던 자연 도구들을 참조하여 딸의 손, 나뭇잎, 장난감 삽을 떠내고, 부모님의 농경 기구를 캐스팅한 ‘헤라’를 직접 제작한다. 이처럼, 도자 조각을 하기 위한 도구를 가족의 신체와 연결된 또 다른 도구들로부터 실현시키는 행위는 조각가이기 때문에 나오는 특유의 대화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프라임 모뉴먼트》는 사진과 조각의 상이한 매체에 기대어 일상 및 사물과 연계되는 몸짓에서 기념비성을 발견한다. 공통적으로 대상을 ‘직조’하는 과정이 전복되는 두 작가의 제작 방식은, 사진과 조각이 가장 평면적이고 가장 입체적인 결과물의 양극단 너머에 대상을 향한 시점과 중력이 교차한다. 아니, 결국 하나는 중력이 완전히 제거된 이미지의 물성이고, 나머지는 중력이 절대적인 조건으로 이를 끝없이 교란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초기에 본 기획은 두 작가에게 각자가 고수해왔던 매체적 기법의 틀 안에서의 기존 조건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 위한 주제와 소재를 제시함으로써, 자신들이 추구하던 형식 안에서 어떻게 우회할 것인지의 기대에서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둘은 대상을 직조하는 시점에 대한 태도가 매우 유사하면서도, 각자의 매체적 특성이 강해 도드라질 수 밖에 없는 인상의 결과물을 생산한다. 본 기획은 어떻게든 대상을 인식하는 태도에 대해 새롭게 갱신하려는 소재의 유동성이 큰 두 작가에게 가장 프라이머리한 요소의 탐색과 매체적 태도가 기념비성과 맞물렸을 때의 확장성을 질문한다. 김경태와 문이삭은 발견된 오브제처럼 실시간으로 지각되는 ‘구체적인 현실성(actuality)’을 작업의 근간으로 두어, 작가적 태도를 지탱하고 있는 그 이면에 것과 사진/조각을 지속하게 하는 대상 혹은 관념에서 출발한다. 이렇듯, 전시에서 둘의 교집합과 여집합은 각자의 지질학적 시간 위에서 확고하게 하는 작은 서사와 믿음을 쌓고, 하나의 형식으로 오버레이(overlay)되는 매체적 특성을 향한 몸짓임을 반추해본다.

글 추성아

PRIME MONUMENT Kyoungtae Kim, Isaac Moon 11.30 – 12.2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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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Between Father and Child), Fired earth clay (mountain, garden), 110 × 60 × 60 cm, Isaac Moon, 2021

Off Screen V364La, Archival pigment print, 56 × 42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Off Screen D570a, Archival pigment print, 56 × 42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Off Screen C1575a, Archival pigment print, 80 × 60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Untitled (Hold #4), Fired earth clay (mountain), 12 × 8 × 1 cm, Isaac Moon, 2021

Off Screen 023b, Archival pigment print, 80 × 60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Untitled (9 months), Fired earth clay (garden), 3 × 224 × 66 cm, Isaac Moon, 2021

Untitled (A Heap of Earth), Fired earth clay (mountain), 51 × 17 × 9 cm, Isaac Moon, 2021

Untitled (12 months), Fired earth clay (mountain), found ceramic, 46 × 40 × 10 cm, Isaac Moon, 2021

Untitled (Between Father and Child), Fired earth clay (mountain, garden), 110 × 60 × 60 cm, Isaac Moon, 2021

Off Screen 023a, Archival pigment print, 56 × 42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Off Screen D570d, Archival pigment print, 80 × 60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

Mint, Jesmonite, epoxy putty, pigment, acrylic sealer, 105 × 60 × 50 cm, Isaac Moon, 2021

Off Screen C1575a, Archival pigment print, 80 × 60 cm, Edition of 1 + 3 AP, Kyoungtae Ki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