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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Cylinder) Anna Uddenberg, Mire Lee, Camille Yvert, Wonwoo Lee, Hyangro Yoon, Heemin Chung, Minhee Kim, Sebastian Burger 7.9 – 8.14.2022

        

2022년 현재 우리는 차량 전동화(Electrification)의 등장과 함께 내연기관의 종말을 목도하고 있다. 테슬라와 폴스타처럼 오 직 순수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데뷔는 오랜 시간 동안 굳건했던 차량 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고, 이와 함께 늘어나는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는 도로 위를 호령했던 내연기관의 배기 소리를 지워가고 있다. 더불어 벤츠, 비엠더블 유, 아우디와 같이 자동차 역사의 중심에 있는 대형 브랜드들조차 단계적으로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고, 순수전기차를 위한 시설을 증설함으로써 전동화가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시대적 흐름임을 역설하고 있다.

전동화는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완성차 브랜드에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들의 정체성과 함 께 지속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또한 차량 하단부에 들어가는 충전용 배터리와 연계하여 전동화는 완전 한 자율주행을 이뤄내기 위한 하드웨어 개발에 최적화된 플랫폼이기에 오로지 내연기관만으로 승부를 보려던 어제와 달리 내 일의 완성차 업계에서는 서로가 전동화의 첨단에 올라 그 우위를 점하려고 하고 있다. 즉 향후 완성차 업계와 내연기관의 공 존은 각종 환경규제와 기술적 제약을 향한 퇴행적 질주만을 의미할 뿐이며, 그 결과 전동화로 귀결되는 오늘날 차량 시장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일상과도 같았던 내연기관과의 완전한 이별을 고하는 중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친환경적인 전기차가 고도화된 기술력을 등에 업고 기존 산업의 자리를 메꾼다 한들 전동화는 내연기관의 직관적인 흔적만큼은 지워내지 못하는 듯하다. 전기차가 출발부터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최대토크에 도달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빠른 반응을 끌어낼지라도, 모터의 개입이 아닌 신체의 움직임을 오롯이 반영하여 작동하는 엔진, 특히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공기를 빨아들여 차량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자연흡기 엔진의 솔직한 퍼포먼스를 따라 할 수 없듯이, 조용한 전기차 내 부를 채우기 위해 녹음된 포르쉐 타이칸의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마세라티의 엔진 속 혼합기의 폭발에서 나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파동과 후행하며 귀를 때리는 배기음의 타격감을 대체할 수 없듯이, 여전히 신체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있는 내연 기관에 대한 정보와 경험은 전동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고, 그 주변의 유사 감각들을 되살 린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왜 아직도 클래식카를 비롯한 내연기관 차량을 수집하고, 조금 더 세밀하게는 내연기관이 주는, 특히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운전 감각을 간직하려 하는지를 보면 그 면밀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즉 차량 산업의 전동화는 우리에게 새로움과 편리함, 그리고 환경에 관한 개선점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내연기관의 시대를 온전히 경험했던 우리에게 특정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오늘날의 미술은 어떨까?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던 자동차의 모습이 전동화의 흐름에 맞춰 그 시스템과 외형을 바꿔 가는 과정에서 동시대 미술 역시 도래하는 최신 기술, 그리고 과거에 대한 점검에서 나온 새로운 대안 과 조우하며 조금은 낯선 판을 맞이하는 중이다. 기존의 매체들이 유한한 공간을 점유하고, 관습적인 규칙을 따르는 데에 비 해 디지털을 비롯한 가상 세계 속 미술은 탈 중앙화적 가치를 지향하며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미술 작품들을 생산해내고 있 다. 어찌 보면 오늘의 미술도 더 다양한 대안과 차원을 넘는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전기차가 따라 할 수 없는 내연기관만의 운전 감각과 고성능 자동차의 퍼포먼스가 여전히 유의미 한 것처럼 미래의 미술에서, 가상과 현실 사이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디지털 세계를 거쳐 생산되는 새롭고 낯선 매체들이 우 위를 점하더라도 조각과 회화를 포함한 전통 매체들이 미술사적으로, 또한 역사적으로 지니게 될 의미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유효할 것이다.이에 전시는 V8로 대표되는 내연기관 엔진 중 공기를 바로 흡입해 생기는 기민한 반응력과 날카롭고 균형 잡 힌 배기음을 만드는 가장 직관적인 형태의 엔진인 자연흡기 엔진 (Naturally Aspirated Engine, N/A 엔진)의 성격을 조각 및 회화의 현재에 빗대어 둘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그리고 동시대 미술을 향한 유예된 관점을 제시한다.

다시 한번 풀이하자면, 은 나날이 새로운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점점 가속화되고, 경계가 사라지며 확장하는 공간과 이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메타버스 및 NFT, 그리고 각종 미래적 장치들을 사용하는 작업들에 대응하여 전개되는 전시이다. 동 시에 그 형태는 4명의 조각가와 4명의 회화 작가로 이루어진 8인의 전시이자, 고배기량의 하이퍼포먼스 차량의 기준점인 V8 자연흡기 엔진을 상징하며, 전시는 각 공간이 갖는 이름을 보다 차량의 엔진과 관련된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 위해 N/A의 본 래 의미인 Not Applicable이 아닌 자연흡기의 약어인 Naturally Aspirated (N/A)를 사용하고, 실린더는 피스톤의 사이클을 위한 공간으로 대체된다.

따라서 전시 은 N/A와 CYLINDER로 응축되는 가상의 공기 흡입 및 배출 루트를 만들고, 전시 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들은 을지로 N/A에서 관악구 CYLINDER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8기통 엔진 속 8개의 피스톤으로 은유 된다. 나아가 전시에 참여하는 8인의 작가들은 자동차와 관련된 오브제를 사용하여 작업을 제작하거나 내연기관의 흔적 및 차량의 속도감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들이다. 이에 전시는 특정 자연흡기 차량들의 바디를 피부로 정의하고, 이를 작가들의 작업적 특징과 연결 지어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슈퍼카의 날렵한 외형이 주는 일종의 페티시즘과 소유욕을 작업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8개의 다른 피부를 가진 작업들은 유혹의 트리거로서 전시장 곳곳에 산재하고, 두 공 간을 통해 분산된 이끌림은 개별적인 단서가 되어 관찰자로 하여금 하나의 매끄러운 표피를 상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연기관의 최종장에서, 낯선 환경과 매체를 소화시키고, 이와 관련된 작업들이 생산되는 새로운 미술생태계의 초입에서, 전시 은 내연기관의 존재를 기념하고, 변화하는 흐름 속, 만질 수 있는 유형의 것들의 집합인 조각 및 회화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조각과 회화 역시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내일의 매체 속에서, 오늘의 역사와 물질성이 사라지 고 모든 것이 미래의 대안으로 귀속될지라도 원시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깎고 그리는 정체성은 다가오는 구속력을 해 제하고, 3개의 축, 그들의 독립적인 좌표 위에 언제나처럼 건재할 것임을 알린다. 밟을수록 쥐어짜듯 급격히 올라가는 자연흡 기엔진의 RPM처럼 오늘도 여덟 작가들의 숨결과 땀이 스며들어있는 조각과 회화는 우리가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와 인 접해있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지긋이, 그리고 깊게, 그들의 고유하고 실재하는 지문을 남긴다.

Anna Uddenberg
소비주의 문화의 피드백 루프를 통해 신기술에 의한 주관성의 매개 및 생산이 어떻게 신체문화, 정신성, 및 자기 연출과 얽혀있는지 탐구하는 안나 우덴버그의 작업은 젠더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합하는 동시에 취향과 계급, 전유와 섹슈얼리티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행동적인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BDSM의 계약처럼 안나의 작업 속 신체는 대중을 위해 전시되는 동안 의도적으로 지탱되고, 갇히고, 애지중지 되고, 궁극적으로는 비활성화된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를 제어하는 극한의 기술력과 전기모터에서 추가출력을 얻어 작동하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혼종적인 정체성과도 닮아있다. / Porsche 918 Spyder - V8, N/A Hybrid

이미래
생존 상태의 긴장을 암시하는 조각을 만드는 이미래에게 감각의 대상을 만드는 과정은 그 행위와 함께 신체로 연결된다. 모터, 강선, 콘크리트, 그리스, 실 리콘 및 오일로 채워진 PVC 호스와도 같은 재료들의 곁에서 이를 만지고, 느끼고, 이빨을 사용하여 고정하고 구부리는 등 자신의 신체를 통해 다듬어진 이미래의 작업은 살아있는 기계의 내장기관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거칠고, 본능적인 메커니즘은 오로지 직선적 질주인 드래그 레이싱에 포커싱을 맞춘 닷지 첼린저 SRT의 내장기관인 엔진룸과 동기화되고, 그 내부에 남은 잔여 찌꺼기들의 흔적을 상상하게 한다. / Dodge Challenger SRT - V8, N/A

Camille Yvert
카밀 이베르는 신체의 소외를 통해 나타나는 임시적 대상들에 주목하고, 조각처럼 정지되어있는 그들의 상태에서 사물에 깃든 정치와 주변의 물질 들의 사회적 관계가 드러나는 순간과 맥락을 찾는다. 자전거의 안장에서 라이더 슈트, 그리고 추상적인 형태의 자동차 시트까지, 그가 작업을 확장하는 방식은 비엠 더블유가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통해 보여주는 듀얼리티와 접점을 갖는다. 그중 비엠더블유가 2007년 생산했던 E92 M3는 브랜드의 마지막 8기통 자연흡기 차량으로 서 V8 N/A 엔진 역사의 끝을 상징하고, 정지된 역사는 동시에 카밀의 방법론과 포개어져 그 주변에 산재했던 자연흡기에 대한 정치 사회적 관계를 추측케 한다. / BMW E92 M3 - V8, N/A

이원우
일상에서 발견되는 유머, 혹은 아이러니를 가져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내는 이원우는 이번 전시에서 자동차에 대한 기억, 그중 미국 대륙횡단 여행을 하면서 포착된 하나의 장면과 그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발표할 신차를 통해 상호보완성이 증폭된 형태 의 작업을 진행한다. 종종 기술에 대한 단상과 작가가 제작하는 과거의 모습, 혹 미래적인 형태의 모습은 “기술을 통한 진보 (Vorsprung durch Technik)”라는 슬 로건 아래 2000년대, 아우디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얹어 출시했던 미드십 스포츠카 R8을 연상시킨다. / Audi R8- V8, N/A

윤향로
윤향로는 동시대 이미징 기술을 기반으로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미술의 범주 안에 존재하는 것들이 서로를 의태하며 생기는 경계여 주목하여 작 업을 진행한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1세대 그래피티의 특징 중 하나인 Tagging을 불러와 소설가들의 초고, 메모를 바탕으로 구성된 화면 위, 비와 아이의 낙서를 올려 주저하는 순간들과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에 물질을 담는다. 윤향로의 작업 속, 누적된 방법론의 역사와 흩날리는 빗방울의 속도감은 페라리가 20세기 말, 브랜 드의 정통성과 현재는 표준이 된 당시의 최신기술을 탑재해 생산했던 F355의 자취와도 맞닿아있다. / Ferrari F355 - V8, N/A

정희민
정희민은 기술이 일으키는 사건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존재하는지 관찰하고, 회화의 관습적 대상들이 동시대적 시각 환경의 맥락 안에서 재탐색 되는 과정 을 통해 물질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의 작업 표면 위 비정형의 꽃 이미지와 그리드, 그리고 이를 뚫고 나온 유선형의 피부들과 그 주변을 기어 다니는 칩 모양의 크롤러는 서로 어긋나듯 결합되며 일종의 시청각적 잔상을 일으킨다. 이는 마치 이탈리안 수제 스포츠카의 스피커에서 울리는 우퍼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의 작업 표면 위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은 부드럽게, 모든 음역대에서 조화로운 배기를 만들어내는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를 연상시킨다. / Maserati GranTurismo - V8, N/A

김민희
작업을 통해 과거의 아니메로 접속하고, 그것을 현재로 끌어와 작가의 디지털 필터가 적용된 회화를 그려내는 김민희는 이번 전시에서 1990년대 자동차 레이싱 애니메이션인 ‘사이버 포뮬러’ 기반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 속 등장하는 인물 중, 슈트룸젠더의 드라이버 마리 알베르트 루이자와 그의 머신 슈피겔은 메르스데스 벤츠의 고성능 라인업 차량, 그 중 모터 스포츠카의 전신이자 롱노즈 숏데크(Long nose short deck)의 대표 격인 SLS AMG와 연결되는데, 이는 결국 벤츠의 AMG 포뮬러팀이 현재 F1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와도 이어진다. / Mercedes Benz SLS AMG - V8, N/A

Sebastian Burger
세바스챤 브루거는 간접적이고 디지털적인 현실 인식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완전성, 파편, 그리고 인공성에 대한 이슈를 다룬다. 차가운 알루미 늄 위에 느릿하고 치밀하게 안착되어있는 그의 유화는 섬세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가 표면 아래 금속의 단단한 성질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다시 튕겨낸다. 이 처럼 시선의 이동과 직관적인 접근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통해 현실의 특정 측면을 날카롭게 재단하는 그의 작업은 젠틀한 그랜드투어러의 성격 을 가진 애스턴 마틴의 차량 중 가장 예리함이 나타나는 퓨어 스포츠카인 밴티지의 은은하고 레이시한 성격과 유사성을 보인다. / Aston Martin Vantage - V8, N/A

기획, 글: 노두용(실린더)

V8 (Cylinder) Anna Uddenberg, Mire Lee, Camille Yvert, Wonwoo Lee, Hyangro Yoon, Heemin Chung, Minhee Kim, Sebastian Burger 7.9 – 8.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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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Installation vie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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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O, Oil on canvas 76 × 76 cm, Minhee Kim, 2022

Interieur TGS 76 (J.G. Ballard), Oil on aluminium, 120 × 90 × 2.5 cm, Sebastian Burger, 2022

Second Radio (G.W.B.), Oil on aluminium, 50 × 40 × 2.5 cm, Sebastian Burger, 2022

M.A. July. 2022, Acrylic on canvas 93 × 63 cm, Hyangro Yoon, 2022

J.D.P. July. 2022, Acrylic on canvas, 93 × 63 cm, Hyangro Yoon, 2022

Being Hued 2,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Dimensions Variable, 117 × 91 cm, 10 × 14 cm - 8pcs, Heemin Chung, 2022

Beeline Epidermis III, ItalWax® hot film wax for depilation «pour homme» (for men), 65 × 61 × 40 cm, Camille Yvert, 2022

Untitled, Steel rod, thread, silicone, pvc hoses, glycerine, car oil, and other mixed media, 53 × 40 × 140 cm, Mire Lee, 2022

WAY HOME, Wood, canvas, pigment, acrylic, fluorescent lamp, 180 × 80 × 20 cm, Wonwoo Lee, 2022

SUB-D, Polylactic acid, polyurethane lacquered steel, foam, leather, acrylic paint, 108 × 190 × 200 cm, Anna Uddenberg, 2022